가을인가 하였더니 어느새 겨울이 저만치입니다.
가을소풍 가입시다.
이런 좋은날에 하늘 한번 올려보지 않으면 사는데 무슨 재미입니까?

미처 반길 새도 없이 조급한 가을이 애꿎습니다.
이제 하룻밤 지나면 속절없이 이별일까 근심입니다.
혼신을 다하는 절정의 춤사위에 따신 손길 한번은 내밀어 주어야겠습니다.

고요한 오두막에 스민 처사의 가을살이도 그립고
절집의 정성어린 익어가는 산채의 향도 그립고
온통 핏빛으로 물드는 산의 가을빛도 그립습니다.

송나라 사영운(謝靈運)이 말한 사미(四美)를 새깁니다.
그는 좋은 철에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 즐거워 하는 마음으로
유쾌하게 노는 일을 일러 네가지 아름다움이라 했습니다.

오늘의 걸음이 꼭 그럴테지요.
온통 가을향 가을빛 가을소리의 하루, 마음 맞는 길벗과 천성의 산을 천유(天遊) 한다면
사미에 더하여 오미가 될 터, 이에 무엇을 더할까요. 사는 기운 될것입니다.

천유


산중 처사의 정여.

절집

정성어린 산채의 공양

바람이 오면 / 도종환 시 범능 노래